문재인. 현재 많은 지지를 받으며 대권주자로 떠오른 요주의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사실 내가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참여정부 시절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할때에 내 눈에 처음 들어왔던 분이다. 한국 사람들의 정치인이나 공인들을 볼 때 항상 많이 하는 실수 처럼. 나도 그의 인상을 보고 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부드럽지만 강하게 흘러나오는 눈빛에 이끌렸던게 생각난다.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그는 처음에 노 대통령의 서거날서부터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책의 내용은 많이 말하지 않겠다. 사서보시라. 하지만 그렇게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보는걸 삼가라고 권하고 싶다. 이유인 즉슨, 매우 담담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말미에 나오는 참여정부에 대한 반성이거나, 나름대로의 해명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푸는 식으로 문체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 노대통령을 향했던 검찰수사. 참여정부 시절 억울하였던 일들에 대해서도 나름 풀어 놓는 책이지만, 이 역시 그에 대해 모두를 다 볼 수 있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 무척이나 담담하고 어떻게 보면 3인칭에서 바라본 사람이 집필했다고도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특히나 자신의 어린시절이나 학창시절. 군인시절의 이야기는 매우 열거적으로 풀어나간다. 괜한 생각이지만 자신도 이 글을 쓰면서 많이 겸연쩍어 한 듯하다. 특히나 자신의 자랑을 매우 싫어하는 성미가 느껴진다.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이끌렸다. 라는 듯한 말들을 많이 쓴다. 책의 제목처럼 '운명'이라서 그렇게 쓰려고 작심을 한탓인지 아니면 정말 그러한 인생인지는 잘 알지 못하겠다.

   그래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거침없이 푼다. 특히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참여정부와 대립했던 부분이라던가, 참여정부에서의 해명해야할 부분은 담담하긴 하지만 명확하게 요점을 얘기해 나아간다. 

  원래 극적인 글쓰기를 싫어하는 성미인지, 그것이 아니면 사실에 기초한 서술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이 글안에서는 그렇다. 보통 사실을 말하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짧은 생각만을 써내려갔다. 거의 모든 부분이 그렇다. 특히나 근례의 일들이 아닌 조금 오래된 일에서는 그게 두드러진다. 원래 전기나 자서전 같은 글들이 다 그런식일까? 생각해보면 노 전대통령의 글보다는 약간 친절하긴 하다. 나에게 생각할 틈과 그가 이해한 시선을 차분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정치적으로는 어떤 입장인지는 불분명한 사람이다. 무관심한건 아니다. 다만 나의 관심이 어떤방향에 어떻게 쏠려 있는지 모르는 일반 사람이다. 그런 사람으로 이 책을 읽은 후의 솔직한 심정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역시 다르다라는 것이었다. 그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생각하는 시점. 그러니까 그거 민정수석이었을 시절. 아니면 학창시절. 아니라면 군인. 퇴임이후 시절에 대해서 지금의 그가 썻는데에도 마치 당시에 쓴것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자리에 대한 이동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생각한다.

  역시나 나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준 것은 지난날에 본 MBC 스페셜 '대통령' 에서 보여준 청와대의 비서관이나 수석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권력의 위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관서도 하나 없는 고위직이라고 치켜주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얘기들이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한 것들이 눈에 보였다. 물론 열심히와 잘 하는것과는 다르다. 그도 인정했다. 사심없이 열심히 일했지만 그것들이 꼭 잘했다고 평가받을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그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잘했다고 말 했고, 특히나 대통령과 관련된 사항들은 노대통령의 뜻과 주장과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말하는데에서도 그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들은 역시 노 전대통령과의 일화들이었다. 처음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때부터 서거후에 이르기 까지의 그가 본 노대통령에 대한 존경에 대한 이야기들 이었다. 특히나 회의시간에 자신이 많이 조는 사람들 중에 한명이었다는 것든 나를 웃게 만들었다. 노대통령이 "자신의 일이라면 졸지 않게 될것" 이라고 말한 부분에서도 역시 자리의 책임감이라는 것들을 말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둘은 끈임없이 서로를 자극해왔던 서로의 멘토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재인은 그 부분에서 자신의 한계점을 많이 느꼈던것 처럼 보였다. 특히나 진보나 민주진영이 그때 옳바르지 못하게 자신들을 비난하거나 배신했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정치적인 부분에 많은 회의를 느낀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현재에도 그것이 바뀌지 않은 것에도 많은 안타까움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권주자"로의 노력을 그가 해줄지는 역시나 미지수로 남는다. 

  노대통령에 대한 애틋함을 나타낸 부분에서도 가장 코끝이 찡해졌던 부분이 하나 있다.      

  그는 가난했다. 가난이 그를 공부에 매달리게 했고, 가난이 그를 인권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그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자신처럼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 모른다.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돕겠다고 소박하게 시작한 일이 인권변호사였고, 민주화운동이었다. 정치는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정치에 대한 그의 진정성이 그를 대통령까지 만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 자신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에 변호사 하면서 가난에서 겨우 벗어낫지만, 다른 가난하고 억울 한 사람들을 돕는 삶으로 빠져들면서 자신은 도로 가난해졌다. 봉하마을은 외진 곳이어서 땅값이 엄청 싼데도 사저 건축비용이 없어 은행 대출을 받았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도 빌리게 됐다. 대통령은 나에게 "내 자신만 정치적으로 단련되었지, 가족들을 정치적으로 단련시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은 대통령에게 퇴임 이후의 대책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노 대통령 서거 후 상속신고를 하면서 보니 부채가 재산보다 4억 원 가량 더 많았다



 물론 노 대통령이 가난하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보니 전에 김어준 총수가 나는꼼수다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문재인의 파괴력을 모르는 사람은 바로 문재인 본인 밖에 없다." 라는 말이다. 정말 그 자신은 자신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다보니, 되다보니, 많은 그런 운명적인 말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마지막의 그의 말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 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바로 이 말을 듣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고심한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떠오른 그 문재인을 응원한다.  그는 좀더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










P.S 사실 몇년만의 포스팅이고, 독후감인데, 너무 미흡한 부분이 많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도 많이있고 횡설수설 하였지만, 그것은 그것나름대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의 운명 '의 일독을 권합니다.
Posted by 더핸 :